황수주 광주광역시 북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오래 전에 자칭 자신을 ‘폐인’ 이라고 소개하는 얘가 있었다. 한 동호회 활동을 하는 얘였는데, 요즘 청소년들처럼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거의 매일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컵라면에 담배에 묻혀 사는 그야말로 폐인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매장이나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 얘는 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한 각종 아이템들을 현금으로 거래하여 생활비를 충당했다. 불법이긴 하지만 아이템을 팔 때마다 변변치 않은 월급쟁이 보다 수익이 좋다고 했다. 그 얘는 다른 얘들이 자신처럼 게임을 한다면 절대로 말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 4월 초에는 중국에서 6년 동안 게임방에서 게임과 숙식을 해온 진정한 ‘리얼 폐인’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올해 30세인 청년이 대학을 졸업한 뒤 인근 PC방에서 6년 째 숙식을 해결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그가 PC방에서 숙식하게 된 것은 단순한 생활고 때문이 아니라 극심한 게임 중독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번 돈으로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살아온 것이다. 심지어는 PC방에서 하루 종일 게임하던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기 전에 한 청소년이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게임에 빠진 경우가 있었다. 모바일 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결제하여 한 달에 많게는 60여 만원까지 청구되어 결제금액만 150여 만원에 이르렀다. 부모 모르게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결제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심하게 꾸중을 하였으나 반발심만 키우고 결국은 다니던 학교까지 자퇴하는 경우도 있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실시한 2011년도 인터넷중독실태조사에서 청소년의 인터넷중독률은 10.4%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인터넷의 주 이용목적은 일반 사용자가 뉴스검색(43.0%)인 반면, 인터넷중독자는 온라인게임(41.3%)으로 나타 났다. 특히 청소년의 54%가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한다고 답해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인터넷 중독이란 지나치게 인터넷에 몰두함에 따라 인터넷사용에 대한 내성과 금단증상이 생겨 일상생활에 장애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왜 우리의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게임에 몰입하는 것일까? 먼저 재미있는 오락성 때문에 게임을 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껴 그 느낌을 계속 추구하게 된다. 이기고 싶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는 낮지만 온라인이나 게임에서는 등급을 올림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또 현실의 불만 등을 가상공간 속에서 공격적 에너지로 표출하게 되는 매개체가 되고, 현실의 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상공간 속에 만들어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학교, 또래, 학업, 가족 등의 스트레스를 푸는 현실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PC방과 인터넷망,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핸드폰 소액결제, 문화상품권 등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비용지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중독은 게임, 채팅, 음란물, 인터넷도박, 정보검색, 인터넷쇼핑 중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중 청소년의 게임 중독이 가장 광범위하고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의 과다사용과 금단증상으로 기존의 게임사용시간에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시간동안 게임을 하기를 원하며, 게임을 못하게 되는 경우 안절부절하거나 불안함을 느끼는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하게 되어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며 낮에 잠을 자는 습관이 생겨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깨지게 되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방해한다. 또 현실에서는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 게임에서 친구를 만나는 가상공간 속의 관계를 더 집착하기도 한다. 게임에만 집중하여 공부나 식사 등 다른 활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어 부모와의 잦은 갈등을 야기하고, 불량한 자세로 게임을 하게 되어 거북목, 척추측만증 등의 신체변형이나 운동부족, 영양결핍으로 인해 건강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게임의 영향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공격적인 모습들이 나타나는 충동 및 공격성의 증가이다. 게임을 하거나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돈을 훔치거나 뺏는 행동이 사이버폭력이나 학교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 시기에는 자아정체감의 위기, 부모 및 가족 간의 갈등, 동성 및 이성친구와의 갈등, 성적 충동, 학업 및 장래 문제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을 선호하게 된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이나 게임을 갑자기 못하게 하면 청소년들은 부모에게 화를 내고 반발심만 키우게 된다. 이럴 때는 잔소리나 아이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적절히 타협을 하면서 절충을 해나가야 한다. 지나치게 통제하게 되면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더 몰입하게 될 수 있으므로 부모와 자녀간의 신뢰관계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아이가 문제이거나 인터넷이나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게임, 채팅에 몰두하고 금지된 곳에 방문하는 등의 부정적인 이용습관이 문제인 것이다.
엄마와 아빠의 훈육방법에 따라 아이들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아이가 양육할 때에는 부모님이 동일한 입장과 방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에게 애정을 보여주고 아이의 욕구를 인정해 주면서 성숙한 행동에 대한 표준을 설정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때 부여하는 규칙은 아이와 함께 논의를 통해 결정하며 한 번 정해진 규칙은 꼭 지켜질 수 있도록 한다. 또 게임하는 시간을 정해 조절하고 게임 이외에 할 수 있는 애완동물 돌보기, 기타 배우기, 자전거 타기, 영화 보기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관심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
여성가족부와 광주광역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매년 여름에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 중·고등학생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숙치료 프로그램인 ‘인터넷 레스큐스쿨’을 11박 12일 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과다 사용 초등학교 4학년 이상과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가족치유캠프’는 2박 3일 일정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인터넷 중독 상담과 치료에 대한 안내는 24시간 헬프콜 청소년전화 1388에 전화하거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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