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올해 여러분은 어떠셨어요?
황수주 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12월 여기저기서 성과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 센터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학교밖청소년자립지원사업 결과발표회를 개최했다. 1년 동안 센터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 목표를 달성한 학교 밖 청소년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총 47명의 청소년이 도전하여 32명의 청소년들이 성취의 맛을 보았다. ‘북구 꿈드림 성취포상제’는 2019년부터 북구청과 후원기관의 도움으로 5년째 진행 중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 무기력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학업과 삶의 동기를 부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청소년 지원사업 성과보고회
올해는 다른 때와 다르게 학부모님들이 여러분 오셨다. 그분들의 표정은 아이가 아장아장 첫발을 떼는 순간을 보는 것처럼 기대감과 들떠 있는 표정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2년 동안 마스크를 벗지 않아 학교에서 점심도 먹지 않았던 은찬이는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이유는 친구가 한 말이었다. 못생겼다고…. 어느 날 변해버린 아들, 이해하기 힘든 태도에 갈등은 최고조였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은찬이는 우리 센터를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열심히 준비하여 과목 모두 만점을 맞았다. 당당하게 마스크를 벗었다. 대학도 수시로 합격했다. 부모님의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왔다.
올해를 빛낸 최고의 청소년은 가영이다. 어느샌가 센터의 마스코트가 되어 있었다. 출근과 퇴근을 우리랑 같이 하기도 하고, 센터 프로그램과 행사 등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센터의 인턴사원이나 다름없었다. 가영이의 처음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찾아온 우울증으로 학교생활이 많이 힘들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하루종일 학교에 매어 있어 압박감으로 다가왔고, 친구들과의 경쟁 속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하면서 우울증까지 악화돼 결국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했다.
자퇴를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매일 매일 죽고 싶다란 생각과 함께 자해를 하다 보니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병원에 입원해 지내면서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면서 문득 잊고 있었던 자신의 꿈인 간호사가 떠올랐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바로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도 없어서 센터 노트북으로 인강을 들으며 공부했고, 검정고시 대비반과 1:1 멘토링 수업에 참여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우울증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이유 없는 무기력과 우울한 기분들, 힘든 과거의 기억들이 생각나며 또 다시 나쁜 마음을 먹게 되는 과정이 되풀이됐다. 그러다 라디오방송을 하는 청소년작업장을 소개받았다. 방송국에서 혼자서 개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도 해보고, 아나운서, PD, 작가 등의 역할을 해내는 자신을 보면서도 놀랬다. 내친김에 생애 처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감사의밤 문화축제에서 노래 공연도 했다. 준비하는 동안 너무 떨리고 고생했지만 막상 올라가니 하나도 떨리지 않고 무대를 즐기며 노래할 수 있었단다.
새해 갑진년 운수대통 기원
드디어 기다리던 4월 검정고시날! 한번에 합격을 했다. 원하는 과를 가기 위해서 더 높은 점수가 필요해 2차 시험을 준비했다. 수능 준비도 해야 하는 데 무기력과 우울증이 또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센터 선생님과 상담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극복했다. 또 센터 ‘비반트’ 청소년자치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지게 되었고, ‘에너지절약과 자원재활용’이란 주제로 총 15회기의 환경캠페인 동영상 제작과 활동에도 참여했다. 가영이는 그동안 우리 센터를 다녔던 청소년 중에 가장 많은 포인트 받아 ‘북구꿈드림 성취포상제’에서 영예의 드림상을 받았다. 대학도 수시에 합격했다.
여러분의 2023년은 어떠셨어요?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에 모두 운수대통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조회 : 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