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들 생생한 이야기…국립극단 초청공연 ‘빨간버스’ |
아이는 어른만큼 아프고 어른은 아이만큼 서툴다
북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개소기념연극
10~11일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서 3회 공연
리얼한 무대…학생·학부모·교사 호응 뜨거워
지난 10~11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세차례 공연된 청소년극 ‘빨간버스’는 국립극단 아동청소년극연구소의 2012년 창작극이다. 박근형이 쓰고 연출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올해 부산, 경남 진주 순회공연에 이어 광주공연을 가졌다.
연극이 광주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메르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기말고사, 폭우 등 악조건을 무릅쓰고 연극을 감행한 희망문화협동조합측은 문예회관 소극장을 거의 메운 3회 공연과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는 모습이었다.
분명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됐는데 어른이 된 우리는 청소년을 너무 모른다. 청소년의 현실, 그들이 겪는 혼란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모르고 무관심 하다.
연극을 보는 내내 든 생각은 그랬다. 비슷한 생각들이었던지 객석에선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무대는 X자형으로 교차된 횡단보도다. 어디로 갈지 몰라 혼란스러운 10대 청소년의 마음을 표현했다.
교복차림으로 악기와 책가방을 메고 객석에서 무대로 뛰어 오르며 등장하는 여학생 3명. 이들이 연출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리얼한 모습에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거친 말투, 욕설, 은어 등 현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모습들엔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손가락에 냄새가 배이지 않게 나무젓가락으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관객들은 수근거린다.
“저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해도 되나?” “애들 보는데 너무 심한거 아냐?’
반면 객석의 학생들은 키득거린다.
“야, 똑같다. 똑같아”
여고 2년생인 세진이는 공부 잘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세진이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산다. 헤어진 아이 아빠는 아무도 모른다. 혼자 살 길이 막막해 방과후 시급 5,580원짜리 편의점 알바를 뛰지만 급기야 마트에서 아기 분유와 기저귀를 훔치다 걸려 학교에 알려지기에 이른다.
학교에선 자퇴를 강요하고, 이혼해 떨어져 사는 엄마는 세진이를 찾아와 아이아빠가 누군지만 궁금해 하며 한몫 잡으려 한다.
친한 친구인 봉련과 옥원은 세진에게 등을 돌리고, 이 와중에 학교 음악선생님은 세진이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기가막힌 현실에 객석 여기저기서 한숨과 탄식이 새어 나온다.
극 중 아이들 대화는 섬뜩하다.
“담배, 이건 배도 안부르면서 왜 이렇게 맛있는 거냐?”
“한국 새끼들은 한국에서나 중국에 가나 학원을 벗어나지 못해”
“필요할 땐 항상 없어. 돈도, 사랑도, 시간도…”
“인터넷에 다 나와. 혼자 애기 낳는 법”
“돈이 생명이야. 이 나라에선. 돈 있으면 학벌, 과거, 기억 그런거 다 상관없어”
유학동거, 꼰대 등 불편한 단어들이 이어지지만 연극은 리얼한 성교육을 보여줬다.
극의 제목은 왜 ‘빨간 버스’일까.
세진이는 어릴적 집과 유치원을 태워줬던 노랑버스를 기억한다. 예정된 길로만 다니던 노랑버스는 꿈을 실은 노랑버스가 아닌 미친버스라고 세진이는 부르짖는다.
“우린 그 버스 안에서 인생을 시작했어. 우린 그 안에서 다 죽을거야. 난 그 버스를 탈출할거야.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남자친구 동원에게 그 말을 남기고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뛰어나가는 세진이 교통사고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충격을 안긴다.
뒷 이야기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학생과 선생님, 부모와 아이들은 뒷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끌어당기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교육이 있는 연극.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여운까지 참 좋은 극이었다.
아이는 어른만큼 아프고, 어른은 아이만큼 서툴다. 진정한 관심과 애정, 소통이 절실하다.
이연수 기자